음악/시와 음악

김학래 / 슬픔의심로

키다리아저씨1 2011. 7. 3. 20:45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삐그덕 문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두 잔의 차를 시켜 놓고 막연히 앞잔을 쳐다본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마음 속 깊이 인사말을 준비하고 그 말을 반복한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서는 발길

초라한 망설임으로

추억만이 남아 있는 그 찻집의 문을 돌아다본다


원태연 / 서글픈 바람




그대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대에게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이정하 / 사랑했던 날보다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했네.


떠난 이후에도 차마 지울 수 없는 이름.

다 지웠다 하면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눈빛.

내 죽기 전에는 결코 잊지 못할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뜨거운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사람.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당신을 사랑했네.


이정하 / 한 사람을 사랑했네 1














 

김학래 / 슬픔의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