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란 - 조금만 사랑했다면
한 세상 살면서 누굴 사랑한다는 건
찢어진 가슴에 울음을 쑤셔 넣고
날마다 한땀 한땀 꿰매는 기다림이다
이훈식 / 누굴 사랑 한다는 건
너를 보내고, 나는 오랫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찻잔은 아직도 따스했으나
슬픔과 절망의 입자만 내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리석었던 내 삶의 편린들이여,
언제나 나는 뒤늦게 사랑을 느꼈고
언제나 나는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그대가 걸어갔던 길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했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
툭 내 눈 앞을 가로막는 것은 눈물이었다.
한 줄기 눈물이었다.
가슴은 차가운데 눈물은 왜 이리 뜨거운가.
찻잔은 식은 지 이미 오래였지만
내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 슬픔, 내 그리움은 이제부터 데워지리라.
그대는 가고, 나는 갈 수 없는 그 길을
나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할까
안개가 피어올랐다.
기어이 그대를 따라가고야 말
내 슬픈 영혼의 입자들이.
너를 보내고 / 이정하
지친몸을 끌어 안고 들어와
무너지듯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문 걸어 잠그는걸 잊고 잠이 들었나봅니다.
문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서늘함의
끝자락에 숨어 들어 온 그리움들이
자기 자리인 양 어느새 침상 위에 올라 앉아 있었습니다.
목까지 치미는 울음을 참느라 가슴은 굳어만 갔습니다.
결국엔..
이기지 못한 눈물이 얼굴 위를 흘러 내렸습니다.
말라붙은 눈물자국 위를
새로운 눈물이 여전히 또 흘렀습니다.
나의 설움이 이 울음으로 조금이나마 가라앉기를..
그것만 바라며 울고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대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나 혼자서 끊어 버리려는 인연에
그대는 어린아이가 되어 내게 심술이라도 부리나 봅니다..
그래서 좁은 문 틈사이라도 비집고 들아와
방안 이곳 저곳에 그리움을 흩어 놓은 것입니까..
무너지는 억장을 움켜쥐며 또 한 번 다짐을합니다..
다음에 흐를 눈물은 지금 보다 서럽지 않을 수 있다고..
또다시 울게 된다면 지금 보다 흐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그렇게 헤어짐을 다짐하면 머지 않아 그대를 잊을 수 있다고...
그대를 조금만 욕심을냈다면 좋았을것을..
그대를 조금만 그리워했다면 좋았을것을..
그대를 조금만 원망했다면 좋았을것을..
그대를 조금만 사랑했다면 좋았을것을..
그랬으면 나도 조금만 아파하다 말았을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