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영국의 롤즈로이스

키다리아저씨1 2011. 9. 8. 20:48

① 기본모델 가격이 4억3000만원부터 시작하는 롤스로이스 고스트. 대표 모델인 팬텀보다 30% 싸다. ② 고스트의 화려한 내부 모습. ③ 고스트보다 전장이 400mm 긴 롤스로이스 팬텀. / 롤스로이스 제공

유령에 홀린 듯한 기분

시승하기 전에 만난 토르스텐 뮬러-오트보스(50) 사장은 "롤스로이스는 노면으로부터 발생하는 진동을 최소화했다"면서 "하루 종일 차를 타도 피로감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스트는 롤스로이스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오너형 최고급 세단이다. 최고급형인 팬텀을 자가 운전하기에는 약간 벅찬 반면, 고스트는 여성 운전자가 몰아도 전혀 어렵지 않을 정도다. 6.6L(리터) 트윈 터보 12기통 엔진은 스포츠카 못지않은 563마력의 힘을 내뿜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9초 걸린다. 시속 50㎞를 달리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순식간에 최고 속도를 훌쩍 넘어선다. 고속 주행에서도 엔진은 2000rpm 미만이어서 연비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

롤스로이스의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카메론(Cameron)은 "롤스로이스의 고전 디자인을 살리면서도 최신형 요트 모양을 담았다"면서 "일반 오너형 세단으로도 손색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황제'는 영원하다

1904년 영국에서 설립된 롤스로이스. 100여년동안 '자동차의 황제'로 군림해오다 2003년 독일 BMW그룹에 인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스로이스가 옛 명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롤스로이스를 BMW화하지 않고 영국차로 남겨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롤스로이스의 15%가 BMW 부품이긴 하지만….

롤스로이스엔 몇 가지 상징이 있다. 우선, 롤스로이스 차체 맨 앞에 우뚝 세워져 있는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Spirit of Ecstasy)' 엠블럼이다. 이 엠블럼 가격만 개당 700만원이 넘는다. 엠블럼을 잡아당기면 도난 방지를 위해 엠블럼이 차 안으로 쏙 들어가게 설계됐다.

또 모든 롤스로이스엔 테프론 코팅된 우산이 두개 탑재된다. 팬텀엔 차량 뒷문에 우산이 내장됐는데, 고스트엔 차량 앞문에 우산을 내장했다. 롤스로이스 차량은 주행 중에도 바퀴의 'RR'을 볼 수 있게 고안됐다. 옆에서 봐도 롤스로이스라는 걸 알아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리고 차 뒷문은 일반 차량과는 반대 방향으로 열린다. 즉, 차 뒷문이 차량 중간 부분이 아닌 뒷문을 축으로 83도 각도로 열린다.

최고급 실내 디자인

고스트의 차제는 일반 차량보다 약간 높다. 운전대를 잡으면 실내 공간이 널찍하게 느껴진다. 우아한 백열등, 크롬 도어 핸들, 하얀 다이얼, 푹신한 카펫.

실내 디자인은 최고급이다. 좌석마다 마사지 기능이 있고, 천공 가죽을 통해 좌석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좌석이든 바람이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실내 조명이 부착된 냉장고에는 샴페인 잔이 준비돼 있다. 가죽도 최고급이다. 보통 10여가지 이상을 쓴다고 한다. 뒷좌석엔 목재 베니어를 사용한 피크닉 테이블이 있다.

오디오 시스템도 걸작이다. 바닥에 장착된 서브우퍼 2개를 포함한 10채널의 앰프와 16개의 스피커는 총 600w의 소리를 낸다. USB, 블루투스, 12.5GB 하드 드라이브 등은 BMW와 흡사하다. 뒷좌석에는 또 2개의 9.2인치 LCD 스크린이 있다.

함께 시승에 나섰던 뉴욕 닛츠미디어의 에릭네쳐 산업부장은 "누구든 대당 4억~5억원을 호가하는 세단을 몰면 40시간 운전해도 피곤하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롤스로이스를 존경하는 시민들

기자는 이밖에도 롤스로이스의 최고급형인 팬텀, 롤스로이스의 컨버터블인 팬텀 드롭헤드, 롤스로이스의 리무진인 팬텀 EWB, 롤스로이스의 전기차인 102EX를 시승해봤다.

롤스로이스 팬텀을 몰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주행하면 관광객들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사진 촬영하곤 했다. 미국의 침구류 재벌인 마이클 푹스(Fux) 회장은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에서 롤스로이스의 이안 로버트슨 회장으로부터 자신이 주문한 보라색 팬텀 드롭헤드를 인도 받았다. 전 세계에 단 한 대밖에 없는 이 보라색 차를 본인 이외에 처음 타는 행운을 누린 기자는 진정한 '마법의 양탄자'가 무엇인지 실감했다.